피부과도 웬만하면 전문의 선생님이 있는 피부과를 가는게 좋겠다
피부과도 웬만하면 전문의 선생님이 있는 피부과를 가는 것이 좋겠다
손에 난 것이 사마귀인지 아닌지 진단 못하는 피부과를 만났다.
아주 당황스럽다.
어머니가 아들 손녀가 태어나서 손 한번 만져보기 위해 손바닥에 오랫동안 있던 딱딱한 무언가를 제거하려고 피부과에 갔다. 집 앞에 얼마 전 새로 생긴 외관 훌륭한 병원에 갔는데, 실장님이 있고 일반의가 있는 전형적인 미용 피부과였다.
어머니는 손에 난 것이 사마귀라고 진단 받고 손 하는 김에 얼굴에도 뭔가 난 것이 있어서 손과 얼굴에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3달 간 4번 정도 병원을 가면서 얼굴에 비립종 같은 것은 제거되는데 손은 전혀 진척이 없어서 마음이 급해진 어머니는 선생님에게 "흉터가 남아도 좋으니 푹 파주세요"를 요구했다. 선생님은 "말은 그렇게 해도 흉터가 남으면 싫어 한다"라면서 손은 적당히 하고 얼굴에 집중했다 한다. 그리고 실장님은 신장개업 특가 레이저 10회 권을 영업했다.
여기까지 들은 나는 영 신뢰가 가지 않아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전문의 선생님이 진료하는 병원을 알려드렸다. 사실 그 병원은 어머니도 알고 있지만 영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지 않아서 다른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아무튼 어머니를 설득해서 전문의 선생님을 만나니, 손을 보고 바로 사마귀가 아니라고 진단해주셨다. 사마귀의 특징인 검은 점 같은 혈관이 안보이고 형태도 사마귀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1번의 치료로 문제의 딱딱한 무언가는 없어졌다.
나도 발바닥에 사마귀가 있었어서 사마귀가 뭔지 잘 알고 있다. 1년 정도 아주 끈기 있게 3주에 한 번씩 냉동치료 받아서 간신히 나았다. 혹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가다실도 맞았다.
사마귀는 처음에는 애써 티눈이라고 스스로 속여도, 한 번, 두 번 치료를 받으면 부정할 수 없는 흑색의 모세혈관 점이 나타난다. 아주 흉하다.
여기서 정말 이상한 의문이 든다. 집 앞에 그 미용 피부과 의사는 왜 어머니 손에 무언가를 사마귀라고 했을까.
혹시 처음에 사마귀로 오진했더라도 4번 정도 치료했으면 사마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내 경험으로 손 발 사마귀는 치료를 하기 시작하면 헷갈릴 여지 없이 검은 점으로 명백히 알 수 있는 질환으로 알고 있다. 피부과를 열은 의사가 손 사마귀 하나 진단 못한다면 솔직히 병원 열면 안되는 것 아닌가 싶다.
만약 손 사마귀가 아닌 것을 아는데 사마귀 치료하는 척 붙잡아 뒀다면 더 큰 문제다.
실장님의 집요한 신장개업 레이저 10회권 패키지 영업을 생각해 볼 때, 호구 잡는 느낌으로 접근했다는 것 아닌가. 손 치료하러 가서 얼굴에 잡티도 조금 제거해보자고 영업하는 것은 그렇다고 친다. (얼굴은 비급여) 그래도 손은 제대로 치료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애초에 병원 간 이유가 손에 난 무언가 때문이었는데!
사마귀인지 아닌지도 진단 못하는데, 얼굴은 뭘 믿고 맡길 수 있나 싶다. 웬만하면 피부과도 전문의가 계시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손에 있었던 찝찝한 무언가가 사라진 어머니는 얼마 전 우리 집에 오셔서 손녀를 안아보고 가셨다.
이런 생각이 든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나는 전공을 그대로 살려서 회사에 들어갔지만, 사실 회사에서 필요한 지식을 새로 배웠다. 실제 회사에서 사용되는 지식과 기술은 교과서에 없는 것이 었고, 심지어 선임을 잘 만나야 도제식으로 기술을 전수 받는다. 문서화 되어있지 않은 노하우가 굉장히 많았다. (문서화 하기도 어렵다) 이제 10년 쯤 지나니 새로운 것이 잔뜩 나와서 예전에 알던 것은 의미 없어지고 깨알 같은 영어를 잔뜩 읽고 있다.
혹시 그 의사는 대학만 졸업하고 바로 개업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마귀가 아닌 것을 사마귀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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