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 지우펀에서 타이페이 버스(1062)로 돌아오는 여행기

지우펀에서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타이페이에서 지우펀으로 가는 것 보다 훨씬 재밌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글은 신나게 지우펀에서 놀고, '아 맞다 어떻게 돌아가지?' 하면서 검색하다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준비성이 뛰어난 여행자라면, 나와 다르게 가는 방법말고 돌아가는 방법도 공부하려고 접속했을지도 모르겠다.

1062버스타면 타이페이 시내로 바로 가니, 일단 정류장에 선 다음 아래를 찬찬히 읽어보자.


지우펀을 구경하다보면, 갑자기 상점들이 문을 닫기시작한다.



"어? 이상하다. 별로 저녁 늦지도 않았는데 왜 문을 닫지?" 이런 생각이 절로든다.

해가 저녁 6시 반쯤 지므로, 홍등을 보려면 분명 6시나 7시 쯤 도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7시 반쯤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당혹스럽다.


"뭐야 여기" 하면서 아직 문을 연곳을 마저 구경하며 8시에 내려가보니..


버스 정류장 앞에 줄을 길게선 사람들과, 중국어 - 일본어로 타이페이 타이페이 1명당 300원을 소리치며 모객하는 택시기사들을 볼 수 있다. (일본어: 잇닝 샴뱍큐) 택시기사분들 영어는 안쓴다.

분명 오늘은 평일이라 버스 막차가 9시 10분임을 알고있지만, '영화 2012 세계 대홍수 생존용 방주에 공석 1자리 남았으니 얼른 타라'는 느낌으로 다급하게 모객하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슬슬 공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버스가 끊겼나...?

참고로 혹시 위와 같은 인파가 안보인다면, 버스정거장 잘못 찾은거다. 지우펀 올 때 내린곳으로 가면 안되고(입구나와서 바로 보이는 정거장말고), 위로 올라오면 정거장이 하나 더있다.(왼쪽으로 코너한번 돌며 올라가면 나오는 정거장)

앞에 제법 사람이 있어, 아이쿠 내가 너무 늦게왔구나 싶었지만, 잠시 후 뒤를 보니 훨씬 더 많은 인파가 줄을 서고 있었다.


전광판에는 타이페이 가는 버스가 42분뒤에 온다며 써있는데, 5분이 지나도 42분뒤에 온다고 시간이 줄어들지 않아 고장난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조성하며,

[1062버스: 14정거장, 42분] 내 추측에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면 숫자가 업데이트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가 멀면 상당히 오랫동안 전광판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잘못하다가 여기 완전 깡촌에 호텔도 없는 산간벽지에서 노숙하는 것 아닌가하는 공포심'에 불화가 생기는 여행객이 슬슬 등장한다.

가정불화가 발생한 4인 가족은 8시 10분밖에 안됬는데 왜 지랄이냐며 투닥투닥하다가 결국 택시잡아 가고 (아주머니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아마도 아저씨가 그러길래 내가 빨리 내려가야하지 않았냐 공격을 하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는 버스가 안올까봐(전광판 시간이 줄어들지를 않음) 누군가는 버스를 입석으로 탈까봐(50분거리) 저마다 사정을 가지고 떠났다.

한 30분쯤 기다렸을까(8시부터 기다림. 평일 9시 10분 막차), 8시 30분쯤 됬을 때 앞으로 많아야 버스는 2대 쯤 올것 같은데 이 사람들이 다 타이페이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정에 달하며, 이러다가는 사람들이 택시도 다 타서 택시마저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웅성거림이 국경을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그렇게 온 1062버스에(8시40분 도착) 나는 진짜 최후의 1인으로 버스를 탔고
타고보니 모두 앉아있었다. (지우펀 - 타이페이는 장거리라 입석을 태우지 않는다.)

어이쿠 입석도 안태우면 남은사람들은 호텔에 갈 수 있나 싶은 타이밍에

119 출동하는 포스를 풍기며 스쳐지나가는 1062버스 2대를 보았다.
어둠을 밝히며 버스가 언덕을 오를 며 내가 탄 버스를 스쳐 지나갈 때 어디선가 구급싸이렌이 들리는듯 했다

그렇게 2대에 내가 못본 막차 한 대가 더 왔다면, 아마 모두 구원받지 않았을까...

주말에는 1062가 8시 10분에 끈긴다한다. 줄 서는 것 감안하면 7시 10에는 뛰어내려와야 할것같다.

해가 늦게 진다면, 야경 찍는 윈도우가 촉박하니, 빠르게 움직이자.

댓글

  1. 진짜 감동적인 글이네요~ 예류에서 지우펀 가는중인데 도착 예정시간이 저녁 7시 반입니다. 버스에서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ㅠ.ㅠ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PTSD 오지게 옵니다...
      넘나 감동적이네요 해피엔딩이라 편하게 발뻗고 자러가겠읍니다..

      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공유기 2개 쓰는데 동일 네트워크 구성하기 ASUS 공유기 + iptime 공유기, LAN, WIFI 연결

OneDrive가 바꾼 문서, 사진, 바탕화면 기본 폴더 복구하기(레지스트리 사용안하고 복구)

갤럭시북 이온 노트북 소음 잡기